요즘 한국에도 중국 현지식당이 많아졌지만,
진짜 중국식 ‘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드물다.
오늘은 그런 향을 잔뜩 품은 집을 다녀왔다.
마라 향, 고수 향, 그리고 약간의 기름 냄새까지 —
딱 그리운 중국 그 맛.
바로 서울 동대문 회기동에 위치한 후퉁리양육탕이다
🍲 양고기탕 — 진한 국물에 향이 살아있는


하얀색 국물의 이 탕은 양고기탕(羊肉汤).
한입 뜨면 느껴지는 건 고기의 깊은 맛과 살짝 매콤한 후추 향.
안에는 양고기 살코기, 목이버섯, 파, 샹차이(고수)가 듬뿍 들어 있다.
국물이 걸쭉하고 진해서 마치 보양식처럼 느껴졌다.
기름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한겨울에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그런 맛이다.
✔️ 중국 현지에서는 ‘冬天喝羊汤,补气又暖身’ (겨울엔 양탕이 몸을 덥힌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따뜻함의 상징 같은 음식이다.
🌶️ 산라탕 — 매콤·새콤의 절묘한 조합
빨간 국물은 산라탕(酸辣汤).
매콤한 고추기름에 식초의 신맛이 어우러져
입 안이 자극적이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다.
안에는 완자나 만두피처럼 얇은 피가 들어 있었고,
고춧가루가 바닥에 깔려서 향이 훅 올라온다.
한 숟갈 뜰 때마다 식초의 산미와 고추의 얼얼함이 번갈아 오면서
중국식 ‘시큼한 매운맛’의 정석을 보여준다.
🥗 량빤차이 — 매운 냉채의 매력

두부피, 오이, 목이버섯, 땅콩, 그리고 고수.
이 모든 게 붉은 마라소스에 버무려진 凉拌菜(량빤차이).
보기엔 단순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하고 고소하고 향긋하다.
씹을수록 두부피의 담백함과 땅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지고,
마지막에 고수 향이 살짝 남는다.
이건 단순한 샐러드가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먹는 대표적인 ‘차가운 요리’.
술안주로도 정말 훌륭하다.
🥚 오리알과 장육 — 짭짤한 밸런스


함께 나온 반숙 오리알은 소금에 절인 鹹鴨蛋(셴야단).
노른자가 진득하게 익어서 짭짤하고 고소했다.
그 옆의 고기는 장육(酱牛肉),
소고기를 향신료와 간장에 오랜 시간 조린 요리다.
한 점씩 잘라서 먹으면 향이 진하고,
입안에서 육향이 퍼진다.
✔️ 이 두 가지는 중국식 밑반찬 같은 존재.
밥 없이도, 술 없이도 충분히 존재감 있다.
🍖 후퉁리의 또 다른 별미, 양갈비구이 烤羊排
탕을 다 먹고 나니 옆 테이블에서 구워지는 냄새가 계속 신경 쓰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주문한 건 양갈비구이(烤羊排).
돌판에 올려져 나오는 양갈비는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에
쯔란(孜然, 커민가루)과 고춧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손으로 잡고 뜯을 때
‘이게 진짜 중국식 양고기지’ 싶은 향이 난다.
기름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쯔란 향이 그 느끼함을 완전히 잡아줘서 끝까지 질리지 않는다.
술안주로도 좋고, 식사 후 추가로 시켜도 후회 없을 메뉴였다.
양꼬치랑은 차원이 다르다!!
오늘 식탁의 공통점은 ‘향’.
고수, 후추, 마라!
그 냄새만으로도 어느새 중국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한국에 있어도 가끔은 이런 한 끼가 그리워진다.
먹는 동안은 잠깐, 그 시절의 거리 냄새가 돌아온다.
📍 후퉁리 양육탕 胡同里羊肉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동 6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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